2017.11.14 18:16, 느림 근서

2016.12.10 15:44


 마장휴게소를 들르면서 휴게소의 필수 주전부리 통감자를 한 통 샀다. 요즘 휴게소 감자는 전자레인지에 돌려준다. 미리 포장해두고 데워주는 형식인가 보다. 감자를 받아들고 그 자리에서 입에 넣은 순간 목이 턱, 숨이 콱. 약간 설익은 감자가 기도를 막아댔다. 갑작스런 움직임에 컵에 있던 감자가 바닥으로 또르르 굴러나갔다. 으 내 감자. 남자친구가 3초 안에 주웠으니 괜찮다는 농담을 해대며 얼른 주워들어 쓰레기통에 넣었다. 

 휴게소를 들르면 이상하게 통감자를 한 통씩 구입하게 되는데, 어느 순간부터 맛을 보기 위함이 아닌 휴게소에서 으레 행하는 절차가 된 느낌이다. 핫바나 핫도그는 눅눅한 식감 때문에 꺼리는 편이고, 떡볶이 등을 먹기도 하는데 오늘은 도저히 배가 안 따라주길래 통감자만 구입했다. 이제껏 먹은 통감자가 못 해도 백 컵은 되지 않을까 싶은데, 예전엔 어느 휴게소가 맛있네 하면서 일부러 그곳에 들리기도 했었다. 휴게소마다 통감자의 맛은 미묘하게 달랐지만, 그래도 어느 휴게소나 공통적이라고 느낄 수 있었던 건 점포 앞에서 느껴지는 강한 마가린(혹은 드물게 버터) 향이었다. 철판에 마가린을 그득 바르고 조림용 감자를 볶아내 컵에 차곡차곡 담아 이쑤시개 몇 개 꽂아주면 금세 일 인분이 완성되는 구조. 어릴 적에는 휴게소에 들릴 때마다 이쑤시개 하나씩 차지하고 동생들과 서로 먹겠다며 아웅다웅하기도 했었다. 근데 언젠가부터 통감자에 추억의 맛이 쏙 빠졌다. 어린이의 후각과 미각을 자극하던 마가린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탓이다. 건강상의 이유인지 원가 절감을 위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요즘의 휴게소 통감자는 '기름으로 볶은 감자' 정도로 통일됐다. 심지어 첫입에 느껴지는 기름향을 지나면 아무 간도 안 한 퍼석한 감자의 식감이 느껴지기까지 한다. 물론 점포 앞에 소금과 설탕 등이 구비돼 있지만, 익힐때 간을 하는 것과 후에 소금을 흩뿌리는 것의 맛은 천지차이다. 예전엔 속칭 빠-다 향이라도 입혀져 있어, 첫 맛이 불량스럽긴 해도 꽤 매력적이었다. 불량스러운 맛으로 먹는 게 휴게소 음식 아니던가. 매번 관례처럼 통감자를 구입했지만, 전자레인지까지 등장해버리니 이제 슬 그만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스쳤다. 분명 추억의 맛으로 통감자를 먹는 사람이 나 말고도 또 있을 것 같은데, 그중 빠-다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은 '추억의 맛은 이런 건가' 하면서 애꿎은 입맛 탓만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어차피 기름 두른 감자를 공기중에 방치해 그나마 있던 맛도 산패된 기름 맛에 가려질 거, 그냥 안 건강하다는 빠-다를 돌려줬으면 좋겠다. 그 유혹적인 빠-다 냄새에 어른이고 애들이고 킁킁대며 줄을 설 테니. 


 오늘은 영 못 먹을 맛이라 커피 사러 들어간 겸 감자에 시럽을 들이부었다. 시럽 감자 납시오. 어차피 이러나 저러나 맹맛인 거 그냥 달게라도 먹으려 했는데, 아 맞다 나 아무 음식이나 단 거 별로 안 좋아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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