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14 18:16, 느림 근서

2016.12.11 01:23


 얼떨결에 제부, 여동생과 함께 한 끼 식사를 하게 됐다. 요즘 SNS에서 나름 핫하다는 구미 맛집 홈식. 구미에서 유명한 맛집인 줄도 모르고 따라 올라가니, 허옇게 칠해진 공간 안에 테이블이 몇 개 놓여있었다. 지방이라 그런지 테이블 간격은 서울의 두세 배 쯤 되는 것 같고, 메뉴는 단 세 가지. 돈까스와 제육덮밥, 생선구이 뿐.  가격은 모두 9,000원이었다. 세 사람이라 메뉴에 있는 모든 걸 주문하기로 했다.

 우선 내가 주문한 생선구이 정식. 생선은 익숙한 고등어가 나왔고, 호박죽, 샐러드, 된장국, 계란말이, 호박볶음, 무말랭이가 나왔다.

 동생이 주문한 건 제육덮밥. 밑반찬은 거의 같고 피클이 딸려나온다. 중간에 있는 소스는 간이 안 맞을 때 밥에 섞어 먹으란다.

 제부가 주문한 건 돈까스 정식인데 사진을 못 찍었다. 돈까스에 채소 몇 점 올리고 참깨소스 올린 나쵸 몇 개, 그 외에는 비슷한 반찬이다. 호박죽 대신 돈까스 소스가 나온다.

 전체적으로 밝은 분위기의 식당이다. 가정식을 표방한 무언가를 실현하려한 것 같은데, 맛은 전체적으로 평이했다(물론 동생은 극찬하며 먹었지만). 생선구이는 정말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맛이고 밥은 상당히 질었다. 샐러드는 소스의 향이 강해 다른 반찬들과 조화를 이루지 못했고, 나머지 반찬들도 평이한 맛. 국은 조미료의 향이 강하게 났고 호박죽은 아무 생각 없이 먹을 정도로 무난했다. 전체적인 조화를 전혀 생각하지 않은듯 해 솔직히 맛있는 식사라고는 할 수 없었다. 제육덮밥도 밥에 들어있는 것들 각자의 향이 너무 강해서 밥이랑 어울리지 않았다. 마치 밥에 샐러드를 얹은 느낌. 돈까스는 그냥저냥이었는데 같이 나온 나쵸가 진짜 끔찍하게 조화를 방해했다. 심지어 자신들이 내어놓은 돈까스 소스랑도 안 어울릴 정도. 시판 토마토 페이스트에 매콤한 향을 가미하고 우스터 소스를 섞은 듯한 돈까스 소스, 참깨소스랑 어린 채소 얹은 나쵸라니. 밥 먹다 과자 먹는 기분이랄까, 맥주 안주에 밥을 곁들여 먹는 기분이랄까. 튀긴 불량 쥐포랑 밥 먹는 기분이라고 하면 조금 흡사하겠다. 세 가지 메뉴에서 어느 하나 '맛있다' 라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지방에서 사진 찍기 좋은 인스타그램용 밥집인 것은 확실하나, 정말 지방이라 유명세를 타는 것 같은 기분. 서울에도 가정식을 표방하는 여러 밥집들이 있지만 조화를 이루는 곳이 드문 게 사실이니 이걸 감안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 여튼 난 남겼다. 너무 튀려다 한 상을 망친 느낌. 젊은 친구들은 분명 좋아하겠다 싶었지만, 개인적으로 물엿 섞인 고추장 양념에 멀쩡한 고등어를 찍어먹고 싶지는 않다. 다들 극찬하는 참깨소스 나쵸는 음... 할 말이 없다. 동생이 잘 먹으니, 조카랑 외출도 나온 겸 그냥 같이 힐링한 셈 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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