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14 18:25, 느림 근서

16.12.26  2016.12.27 06:34


 여의도 크리스마스마켓을 다녀왔다. 크리스마스마켓이라고 해서 특별한 게 뭐라도 있을 줄 알았는데, 핸드메이드 부스를 제외한 푸드트럭은 밤도깨비야시장이랑 다를 게 없다. 예전 밤도깨비 야시장을 방문했을 땐 푸드트럭 앞에 사람이 굉장히 많았는데, 크리스마스가 지난 평일에 방문해서 그런지 이번엔 사람이 그렇게까지 많진 않았다. 하지만 푸드트럭의 줄이 길고 느리고 비싸고 맛없는 것은 여전했다. 꼬치, 버거, 곱창, 분식, 불초밥, 쌀국수, 야끼소바, 우동 등등 음식의 가짓수는 늘었는데, 양이나 질적인 면에서는 오히려 퇴보한 느낌이다. 음식 평균 가격은 꼬치 3,000을 제외하면 1인분 7,000원 정도. 높은 가격대에 반해 퀄리티는 솔직히 편의점 도시락의 반도 못 따라간다. 주문시 제공되는 음식의 양은 1인분에 약간 못 미치고, 포장도 일회용기에 대충 퍼담아주는 수준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는다. 재료라도 좋으면 모르겠는데, 들어있는 게 뭐 없으니 다른 식당 등과 비교할 껀덕지도 못 된다. 
 다품종을 소량 제공하면서 적당한 가격대를 형성해야 푸드트럭 전체가 균등한 판매 기회를 얻을 수 있고, 소비자 입장에서도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에 여러 음식을 접할 기회가 생기는 건데, 근거 없이 비싼 가격에 양도 1인분씩 제공해대는 걸 보면 이 사람들은 서로 흥할 생각이 없나보다. 현 상태에서는 하나 먹으면 끼니가 되기 때문에 한두 가지 이상의 음식을 접하기 힘들고, 비싼 가격때문에 다품종을 구매하기도 부담스럽다. 거기다 높은 가격대에도 불구하고 점포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는 하나도 포함되지 않으니, 구매후 음식 먹을 장소를 찾아 추운 날씨에 떨어야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음식 맛이 떨어지면 불만스러울 수밖에 없다. 가격책정을 할 때는 본인들이 그 퀄리티의 음식을 선듯 그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느냐를 생각해야 하는데, 음식 하나 먹을 장소도 제대로 제공되지 않는 그곳에서 그 퀄리티의 음식을 그 가격을 주고 구매해 밖에서 바들바들 떨면서 맛있게 먹을 정도로 본인들의 요리에 가치가 있는지 객관적으로 판단했으면 좋겠다. 그래도 자신들의 음식이 훌륭하고 적정 가격이라고 확신한다면, 소비자의 선택을 유도해 서로 윈윈할 수 있도록 양을 반으로 줄이고 가격도 반으로 줄여 제공하는 것이 더 경쟁력 있겠다. 간식 몇 개 먹으면 몇만 원인데 음식 수준이 편의점 음식보다 못하고 가격은 두 배 이상이라면 굳이 행사장을 찾아가서까지 음식을 구매할 이유가 있을까. 차라리 전문 식당을 갔으면 같은 음식을 좋은 퀄리티로 비슷한 가격에, 어쩌면 더 싼 가격에 제공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맛있게 조리할 자신이 없으면 굳이 왜 푸드트럭을 하겠다고 뛰어들어서 손해를 전부 소비자에게 씌우나. 


 우리가 구매한 야끼소바와 우동. 빈 그릇만 남았다. 가격은 야끼소바 7,000 우동은 토핑 추가해서 7,500(우동만 주문하면 4,000). 야끼소바는 인스턴트 야끼소바를 볶아서 가쓰오부시와 마요네즈를 조금 뿌린 정도의 음식이고 아주 드물게 앙배추, 당근 등이 들어있다. 인스턴트 야키소바 1,000원에 볶는 비용으로 6,000원을 낸 느낌. 심지어 바로 볶아서 주지도 않는다. 한꺼번에 가득 볶고나서 소분해 판매하는 방식이더라. 우동은 그나마 모험 안 해도 되는 메뉴. 우리가 아는 우동면이 싱거운 국물에 빠져있고 김 등이 토핑된다. 토핑은 돈가스와 오뎅을 추가했는데, 4,000원짜리 그냥 우동을 주문하면 그냥 국물에 빠진 면을 받을 수 있을 거다. 종일 굶고 가서 얼추 먹긴 했다. 앞에 미니스톱도 있었는데, 은박접시에 담긴 편의점 봉지라면이 스무 배는 더 맛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망할 걸 알지만 거듭 방문하겠지. 한 번쯤 더 겪으면 이제 말끔히 포기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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