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14 18:25, 느림 근서

16.12.28 2016.12.29 06:53


남자친구와 정미조 콘서트를 다녀왔다. 1972년 데뷔해 주목받고 1979년 돌연 은퇴해 화가로 활동하다가, 무려 37년만에 가요계로 돌아온 정미조. 우리가 태어나기도 전 일이라 또래들은 알 길이 없지만, 엄마세대에서는 꽤 유명했던 분이라고 한다. 시간을 거슬러보면 정미조 활동 당시 엄마도 겨우 국민학생이라, 사실 엄마세대라고 하기도 좀 뭐하다.

 콘서트 관람을 위해 도착한 성수아트홀. 우리 빼곤 관객들 나이가 지긋하신지라 젊은 애 둘이 들어가기엔 진입장벽이 꽤 높다. 그냥 서있어도 괜히 뻘쭘하고 숙연해지는 건 기분탓이겠지. 

 티켓을 받고 리플렛을 챙긴 후 자리를 찾아 들어갔다. 자리 밑에서 무언가를 발견하면 더치커피를 주는 이벤트가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우리 자리 밑은 비어있었다.

 공연 전. 무대가 엄청 가까워 무대 위의 모든 게 한눈에 들어온다. 무대에는 악기가 나열돼 있었고 스크린에는 정미조의 사진을 비추고 있었다. 그랜드피아노부터 기타, 콘트라베이스, 베이스, 아코디언, 드럼 등이 떡하니 자리를 차지한 무대는 기대감을 고조시켰다. 와중에 옆 자리 분이 요즘 애들도 정미조를 아냐며 말을 거셨다. 역시 진입장벽이 굉장히 높다.

 공연시간이 되자 정미조씨가 등장했다. 무대에 오르자 마자 노래가 시작됐는데, 목소리가 울리자 순식간에 무대에 에너지가 들어찬다. 가녀린 몸에서 나오는 파워가 상당했다. 공연 내내 집중할 수밖에 없는 음색과 파워였지만, 듣는 사람이 압도돼 경외심을 들게 하는 무대는 아니었다. 편안하게 음악에 빠져들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무대. 감기에 걸려 목 상태가 안 좋다고 하셨는데, 기침따위는 그녀의 파워를 막을 수 없었다. 역시 괜히 디바 소리를 듣는 게 아니다. 관객 평균 연령대의 반절도 못 산 우리도 이렇게 즐거움이 가득차는 무대인데, 그녀의 노래를 추억하던 사람들에게는 37년만의 무대가 얼마나 반가움으로 다가올까. 노래를 따라 부르며 추억을 상기시키는 관객들, 그들의 기분을 감히 짐작할 수가 없다.

 음악을 즐기다보니 어느새 콘서트의 끝에 와있다. 앵콜곡이 울려퍼지자 여기저기서 카메라 셔터 소리가 들린다. 거기에 편승해 사진을 찍었다. 

 콘서트가 끝나고 얼떨결에 사인회 줄 제일 처음에 서게 됐다. 처음엔 아무도 줄을 안 서더니 우리의 모습을 본 분들이 사인회를 하냐며 뒤를 이어 줄을 섰다. 평균연령에 압도돼 그냥 집에 가고 싶었으나 꿋꿋한 남자친구 덕에 기다릴 수 있었다. 

 여고 동창들의 지인찬스로 포토타임이 끝난 후, 드디어 사인을 받을 수 있었다. 포스터에 서로의 이름을 불러 사인을 받았다. 한 장의 종이에 이름이 두 개. 헤어지면 포스터도 못 쓰는 거다. 

 한 시간 같은 십몇 분의 부담을 뒤로하고 자리를 빠져나왔다. 공연관람객은 50퍼센트 할인이라고 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에도 정미조 노래가 울려퍼진다. 노래가 다 익숙하다 했는데, 콘서트 온다고 앨범을 미리 구매해서 들었던 사실이 그제서야 기억났다. 훌륭한 남자친구를 두었다. 덕분에 좋은 기분으로 좋은 시간을 경험할 수 있었다. 아, 다시 들으니 라이브가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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