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15 13:29, 느림 근서

  대부도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 우리는 경마공원을 들르기로 했다. 사행성 게임을 종종 즐기는 남자친구 왈 "피시방보다 저렴한 금액으로 하루 종일 놀 수 있어!" 그렇게 그는 종종 경마장을 혼자 방문해 탕진을 즐겼다고 한다. 여튼 남자친구가 좋아하니 같이 해보자 싶어 방문하게 됐는데, 생각보다 공원이 넓고 경관도 나쁘지 않았다. 

  무려 12,000원(3시간 이내 나갈 시에는 6,000원 환불)이라는 주차비를 내고 들어가니 이런 독특한 조각상이 우리를 반겼다. 밑에서 수증기같은 물이 뿜뿜 나오는데 외관상으로는 조각상 밑에 드라이아이스 깔아놓은 느낌.

  멀리서 보면 뜬금없는 느낌으로 조각상이 뙇. 옆 건물은 폼보드에 출력물 붙인 것 같이 생겼는데 저곳으로 들어가면 경마장에 입장할 수 있다. 

  예쁜 화단 뒤로 보이는 침침한 입구를 한 컷.

  입장료 2,000원을 내고 경마장 입장. 샌드위치도 사서 들어왔는데 경마장 내에도 음식을 이것저것 팔고 있으니 괜히 조바심내며 밖에서 사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안으로 들어가면 뭐 이런 것들이 있다. 하지만 남자친구의 목표는 이것이 아니기에 목적달성을 위해 전진.

  경마장에 들어가면 흡사 서울역같은 풍경을 볼 수 있는데 경마는 하나도 모르니 그냥 말을 보는 거겠거니 했다. 사람들이 욕망에 불타오르는 눈빛으로 한 목표를 가지고 시선을 고정하는 게 굉장히 이색적이었다. 

 자세히 보면 사람들이 죄다 이걸 들고있는데 생긴 것만 보면 학생시절 답안지 마킹하던 그것과 거의 흡사하다. 뒷면에는 단승, 연승, 복승에 대한 설명이 있는데 봐도 모르겠어서 그냥 대충 찍었다.

  남자친구가 피시방보다 저렴한 금액으로 놀 수 있다고 한 이유는 바로 이것. 돈을 백 원단위로 걸 수 있어서 커플끼리 짤짤이로 재미삼아 도박을 할 수 있다.

  마권을 끊고 말을 보러 나왔는데 정작 사람들은 말에 관심이 없는 느낌. 죄다 전광판이나 정보지라고 불리는 지라시를 보면서 마킹하기 바쁘다. 

  경기가 시작되면 커다란 스크린에 말이 뛰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1,2,3위가 교차될 때마다 사람들의 희비가 교차하는 모습을 보는 게 말보다 더 구경거리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영 삭막한 경마장 건물을 나와서 편한 곳에 자리잡기로 했다. 우측에 정자가 보이는데 물론 죄다 만석. 맞은편에는 푸드트럭과 의자 등이 놓여져 있었다.

 우리는 근처 그늘에 돗자리를 깔고 드러누웠다. 남자친구는 마킹에 여념이 없었고 나는 그냥 뽑기하는 기분으로 코카콜라. 사실 다이 없는 고스톱은 치지도 않고 장투가 무서워 단타만 치다 빠지는 굉장한 쫄보라 겨우 백 원 걸면서도 마킹이 틀릴까 싶어 남자친구 손에 죄다 맡기고 그냥 돗자리 위에서 한두 바퀴 돌다가 말이 보이면 "와아 말이다!" 정도를 반복한 것 같다.

  몇 게임 후 결론은 660원 득. 내가 300원 정도 잃었다. 차만 두고 온다면 둘이서 만 원으로 하루죙일 놀 수 있다는 건 사실이었던 것. 욕심 안 부리고 짤짤이만 가지고 놀면 음식값이 더 들겠다. 아 물론 주변에선 십만 원 짜리 마권이 굴러다니고 했지만 도박은 패망의 지름길이다. 괜히 돈 많이 걸었다가 쓰린 가슴 부여잡지 말고 그냥 짤짤이나 가지고 노는 게 여러모로 좋다. 

  주차비 환급을 위해 3시간이 되기 전 일어나 집으로 출발. 입장할 때 사람이 정산했으면 환급도 사람한테 받아야 하는데 줄도 길고 질서도 없는 게 별로였다. 그 인원을 동원해서 선주차비 정산을 하는 걸 보면 귀찮아서 환급 안 받고 가는 사람들에게서 차익을 노리는 것 같기도 하다. 무튼 주차비 6,000원에 입장권 2,000원 두 명, 660원을 땄으니 토스트 가격을 빼면 만 원도 안 들었다. 뭘 해도 돈인 요즘인데 경마장이 돈 얼마 안 들이고 놀 수 있는 장소가 될 줄은 생각도 못 했다. 물론 남자친구처럼 '걍 짤짤이 탕진하자'의 마인드거나 나처럼 '도박 너무 무써웡 '모드가 아니라면 가계경제에 위협을 가할 수 있겠다.


신고
댓글을 남깁시다 부기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