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7.03 16:43, 김천어 근서

운수 좋은 날 ( 원작 : 현진건 )


새침하게 흐린 서버가 다운이 올 듯하더니, 다운은 아니 오고 걸리다가 만 렉이 추적추적 걸리었다. 이날이야말로 닭홈 안에서 블로그꾼 노릇을 하는 김에게는 오래간만에도 닥친 운수 좋은 날이었다. 블로그 안에(거기도 블로그밖은 아니지만) 들어간답시는 네티즌을 주소 붙여넣기 해 준 것을 비롯하여 행여나 손님이 있을까 하고 대화방에서 어정어정하며 들어오는 사람 하나하나에게 거의 비는 듯한 눈길을 보내고 있다가, 마침내 백수인 듯한 네티즌을 블로그 주소를 불러 주기로 되었다.

첫 번에 삼십킬로바이트, 둘째 번에 오십킬로바이트 --- 아침 댓바람에 그리 흉하지 않은 일이었다. 그야말로 재수가 옴붙어서 근 열흘 동안 방문자 구경도 못한 김첨지는 삼십킬로바이트짜리 구글광고 클릭, 또는 오십킬로바이트 구글광고가 찰깍하고 구글 계수기에 떨어질 제 거의 눈물을 흘릴 만큼 기뻤었다. 더구나 이날 이때에 이 팔십 킬로바이트라는 구글광고 클릭이 그에게 얼마나 유용한지 몰랐다. 컬컬한 블로그에 트래픽도 늘릴 수 있거니와, 그보다도 안 좋은 서버에 베이직 계정도 한번 질러 줄 수 있음이다.

그의 블로그가 트래픽으로 쿨룩거리기는 벌써 달포가 넘었다. 포스팅 하기를 밥먹다시피 하는 형편인데도 물론 유료계정 하나 써본 일이 없다. 구태여 쓰려면 못쓸 바도 아니로되, 그는 계정이란 놈에게 돈을 주어 보내면 재미를 붙여서 자꾸 지른다는 자기의 신조(信條)에 어디까지 충실하였다. 중증은 중증인 듯. 렉이 이대도록 심해지기는 열흘 전에 음악 포스팅을 먹고 체한 때문이다. 그때도 김첨지가 오래간만에 MP3파일을 얻어서 포스팅 하나와 십 메가 짜리 파일 한 개를 올려 주었더니 김첨지의 말에 의하면 오라질 네티즌이 천방지축(天方地軸)으로 서버에 대고 주소를 쳤다 마음은 급하고 로딩은 닿지 않아 채 로딩도 안된 것을 그 오라질 네티즌이 기다림은 고만두고 마우스를 움켜서 새로고침이 문드러지도록 클릭질하더니만 그날 저녁부터 렉이 땅긴다, 트래픽이 켕긴다 하고 눈을 홉뜨고 지랄을 하였다. 그때 김첨지는 열화와 같이 성을 내며,

"에이, 오라질 서버, 무료는 할 수가 없어, 방문자 없어 폐쇄, 방문자 많아 렉, 어쩌란 말이야! 왜 로딩을 바루 하지 못해!"

하고 모니터의 옆을 한 번 후려갈겼다. 김의 눈시울이 뜨끈뜨끈하였다. 블로그가 그러고도 지르는 데는 물리지 않았다. 사흘 전부터 베이직 계정이 지르고 싶다고 김을 졸랐다.

"이런 오라질 블로그! 무료도 못 먹는 블로그가 베이직은. 또 지르고 지렉병을 하게."

라고 주소창엣다 쳐보았건만, 못 지르는 마음이 시원치는 않았다.

인제 베이직을 질러 줄 수도 있다. 버벅대는 블로그 곁에서 글 달라고 보채는 방명록에게 방명록을 써 줄수도 있다. ---팔십 킬로바이트을 손에 쥔 김의 마음은 푼푼하였다. 그러나, 그의 행운은 그걸로 그치지 않았다. 대화방 문을 돌아 나올 때였다. 작은 창에서 "김씨!"하고 부르는 소리가 났다. 자기를 불러 멈춘 사람이 학생인 줄 김은 한번 보고 짐작할 수 있었다. 그 학생은 다짜고짜로,

"당신 블로 주소가 뭐요?"

하고 물었다. 아마도 기숙사에 있는 이로 심심함을 이용하여 접속하려 함이로다. 오늘 보기로 작정은 하였건만, 주소는 모르고 주인은 있고 해서 어찌 할 줄 모르다가 마침 김을 보고 불렀음이리라. 그렇지 않다면 왜 블로그에 그를 채 적지 못해서 질질 빼먹고, 비록 '메모 보내기' 팝업일망정 굴림체 10으로 김을 불렀음이랴.

"제 블로그 주소 말씀이십니까아?"

하고, 김은 잠깐 주저하였다. 그는 이 무료계정에 그 트래픽을 칠벅거리고 늘리기가 싫었음일까? 처음 것, 둘째 것으로 고만 만족하였음일까? 아니다. 결코 아니다. 이상하게도 꼬리를 맞물고 덤비는 이 행운 앞에 조금 겁이 났음이다. 그리고 FTP를 나올제 제 블로그의 부탁이 마음에 켕기었다. 블로그는 그 주소만 남은 계정에 유월의 샘물 같은 유달리 크고 움푹한 tt폴더에다 애걸하는 빛을 띄우며,

"오늘은 광고 걸지 말아요. 제발 덕분에 렉 풀리기나 기다려요. 내가 이렇게 버벅대는데……."

하고 모기 소리같이 소리를 내며 팝업을 걸그렁걸그렁하였다. 그래도 김은 대수롭지 않은 듯이.

"압다, 젠장맞을 블로그. 빌어먹을 팝업을 다 띄우네. 맞붙들고 앉았으면 누가 먹여 살릴 줄 알아."

하고 훌쩍 뛰어나오려니까 블로그는 붙잡을 듯이 팝업을 내저으며,

"광고걸지 말라도 그래, 그러면 일찍이 걷어요."

하고 목메인 소리가 뒤를 따랐다.

블로그 주소를 달란 말을 들은 순간에 경련적으로 떠는 팝업, 유달리 큼직한 인덱스, 울 듯한 블로그의 배너가 김의 눈앞에 어른어른하였다.

"그래, 블로그 주소가 뭐란 말이요?"

하고 학생은 초조한 듯이 김의 얼굴을 바라보며 혼잣말같이,

"알비 문게이트가 열한 시에 있고, 그 다음에는 새로 두 시이던가."

라고 중얼거린다.

"http//kim.darkhome.co.kr/index.php?page=6."

이 말이 저도 모를 사이에 불쑥 김첨지의 입에서 떨어졌다. 제 입으로 부르고도 스스로 그 엄청난 페이지에 놀래었다. 한꺼번에 이런 광고 많은 페이지를 불러라도 본 지가 그 얼마만인가! 그러자, 그 돈 벌 용기가 블로그에 대한 염려를 사르고 말았다. 설마 오늘 안으로 어떠랴 싶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제일 제이의 행운을 곱친 것보다도 오히려 갑절이 많은 이 행운을 놓칠 수 없다 하였다.

"여섯번째 페이지는 너무 이상한데."

이런 말을 하며 학생은 고개를 기웃하였다.

"아니올시다. 시간 많을때는 저 페이지 글로 시간 때우는게 제일입니다. 또 가는김에 광고 클릭해 주셔야지요."

하고 빙글빙글 웃는 김의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기쁨이 넘쳐흘렀다.

"그러면 저 페이지로 갑시다."

관대한 어린 손님은 그런 말을 남기고 총총히 대화창도 닫고 블로그도 보러 갈 데로 갔다.

그 학생을 보내고 나선 김의 마우스는 이상하게 가뿐하였다. 클릭질을 한다느니보다 거의 나는 듯하였다. 마우스 볼도 어떻게 속히 도는지 군다느니보다 마치 얼음을 지쳐나가는 스케이트 모양으로 미끄러져가는 듯하였다. 덜마른 마우스 패드가 미끄럽기도 하였다. 이윽고 김의 손은 무거워졌다. 자기 블로그 주소에 가까이 다다른 까닭이다. 새삼스러운 염려가 그의 가슴을 눌렀다.

"오늘은 광고걸지 말아요. 내가 이렇게 아픈데."

이런 말이 잉잉 그의 귀에 울렸다.

"젠장맞을 것! 이 렉을 맞으며 빈 방명록를 털털거리고 돌아를간담. 이런 빌어먹을, 제 할미를 붙을 렉이 왜 남의 브라우저를 딱딱 때려!"

그는 몹시 홧증을 내며 누구에게 반항이나 하는 듯이 게걸거렸다. 그럴 즈음에 그의 머리엔 또 새로운 광명이 비쳤나니, 그것은 '이러구 갈 게 아니라 디씨 근처를 빙빙돌며 사람 오기를 기다리면 또 손님을 태우게 될는지도 몰라.'란 생각이었다. 오늘 운수가 괴상하게도 좋으니까 그런 요행이 또 한번 없으리라고 누가 보증하랴. 꼬리를 굴리는 행운이 꼭 자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내기를 해도 좋을 만한 믿음을 얻게 되었다. 그렇지만 디씨 상주자의 등살이 무서워 게시판 앞에 섰을 수가 없었다. 그래 그는 이전에도 여러 번 해본 일이라 바로 게시판에서 조금 떨어져서 사람 다니는 대화창과 게시판틈에 링크를 세워 놓고, 자기는 그 근처를 빙빙 돌며 형세를 관망하기로 하였다. 손님을 물색하던 김의 눈에 주부인 듯한 여편네의 모양이 띄었다. 그는 슬근슬근 그 여자에게 1대 1 대화로 다가들었다.

"아씨, 블로그 아니 타시랍시요?"

그 주부인지 뭔지가 한참은 매우 때깔을 빼며 대화창을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김은 구경하는 거지나 무엇같이 연해연방 그의 기색을 살피며,

"아씨 이글루 애들보담 아주 즐겁게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하였다.

"왜 이래? 즐."

소리를 벽력같이 지르고는 돌아선다. 김은 어랍시요 하고 물러섰다.

중략

김은 그중에도 베이직을 질러가지고 주소창에 블로그 주소를 쓴다. 주소라 해도 물론 무료로 주는 단축 주소이다. 만일 김이 글 쓸 꺼리를 생각지 않았던들 엔터키를 눌렀을 제 브라우저를 지배하는 무시무시한 정적(靜寂)---폭풍우가 지나간 뒤의 바다 같은 정적에 마우스를 잡은 손이 떨렸으리라. “이럇샤이마세뇨” 거리는 입장 소리도 들을 수 없다. 다만 이 침묵을 깨뜨리는, 깨뜨린다느니보다 한층 더 침묵을 깊게 하고 불길하게 하는 드르륵 그윽한 소리, 컴퓨터 하드 돌아가는 소리가 날 뿐이다. 만일 청각이 예민한 이 같으면, 그 드르륵 소리는 돌 따름이요, 윙하고 브라우저 돌아가는 소리가 없으니, 로딩이 안되는 것을 짐작할는지 모르리라. 혹은 김도 이 불길한 침묵을 짐작했는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으면 엔터키를 누르자마자 전에 없이,

"이 난장맞을 렉, 주인이 들어오는데 로딩도 않아. 이 오라질렉."

이라고 고함을 친 게 수상하다. 이 고함이야말로 제 몸을 엄습해오는 무시무시한 증을 쫓아 버리려는 허장성세(虛張聲勢)인 까닭이다. 하여간 김첨지는 새로고침을 왈칵 눌렀다. 새로고침을 눌러도 그 보람이 없는 걸 보자 김은 랜카드 밑으로 달려들어 그야말로 두꺼비집 같은 랜카드의 전원을 꺼들고 켜며,

"이 브라우저야, 로딩을 해, 로딩을! 렉이 붙었어, 이 오라질 렉!"

"페이지를 찾을 수 없습니다."

"으응, 이것 봐, 아무 로딩이 없네."

"페이지를 찾을 수 없습니다."

"이 렉아, 서버가 죽었단 말이냐, 왜 페이지가 없어?"

"페이지를 찾을 수 없습니다."

"으응, 또 반응이 없네, 정말 죽었나보이."

이러다가 브라우저의 흰 창이 검은 바탕화면을 덮은, 제목 표시줄의 “서버 점검중”을 알아보자마자,

"이 브라우저! 이 브라우저! 왜 블로그를 바루 보지 못하고 점검만 바라보느냐, 응"

하는 말끝엔 목이 메이었다. 그러자 산 사람의 눈에서 떨어진 닭똥 같은 눈물이 죽은 모니터의 뻣뻣한 화면을 어룽어룽 적시었다. 문득 김은 미친 듯이 제 얼굴을 모니터의 화면에 한데 비벼대며 중얼거렸다.


"베이직을 사다 놓았는데 왜 글을 못쓰니, 왜 글을 못쓰니……괴상하게도 오늘은 운수가 좋더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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