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님의 침묵
 
교수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교수님은 갔습니다.
푸른 카페트를 깨치고 연구실을 향하여 난 작은 복도를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黃金)의 꽃같이 굳고 빛나든 옛 강의록은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微風)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수업의 추억(追憶)은 나의 성적의 지침(指針)을 돌려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교수님의 파워포인트에 귀먹고, 꽃다운 교수님의 판서에 눈멀었습니다.
성적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성적 나올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F는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F를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源泉)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등록금 소중함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다음 학기의 밑빠진 독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기말고사를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교수님은 갔지마는 나는 교수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학생의 통곡은 교수님의 침묵(沈默)을 휩싸고 돕니다.



(출전:2011년 6월 22일 발굴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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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천어 트랙백 0 : 댓글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