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14 11:52, 느림 근서


2016.11.04 20:32


 우리나라 사람들은 참 가무를 좋아하나 봅니다. 

 노래를 몇 곡 부르고 싶은데 노래방에 가긴 거추장스럽고, 학창시절 돈 없고 시간 없을 적에 자주 들렀던 '오락실노래방'. 십여 년도 한참 전에 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오락실노래방이 지금은 '코인노래방'이라 불리며 아직도 살아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게 됩니다.


 남자친구의 손에 이끌려 오랜만에 학창시절을 회상합니다. 

 과거에는 코인노래방이 오락실 한 켠에 마련돼 있었는데, 당시 한 곡에 300원. 지폐를 넣으면 1,200원이 인식되면서 4곡을 부를 수 있는 구조였습니다. 싼 가격으로 노래방을 즐길 수 있었던 탓인지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로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았는데, 학생들의 짤짤이가 어른들에겐 꽤 쏠쏠한 사업 아이템이었는지 오락실 전 층을 비우고 노래방 칸으로 바꿔 새로 오픈하는 곳도 꽤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신생 오락실들이 노래방 칸을 늘려서 개업하자 시설이 낙후된 오락실은 노래 한 곡에 200원으로 단가를 낮추기도 했었는데, 그런 곳들은 마이크 하나가 안 나온다거나 소리가 깨지거나, 번호키가 눌리지 않는 등의 문제를 하나쯤은 가지고 있어서 인기가 썩 좋지 못했습니다.


 2000년대 초중반쯤일 겁니다. 자리가 비었다 싶으면 얼른 들어가야 겨우 노래를 몇 곡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오락실노래방이 부흥하던 시절. 칸칸마다 교복 입은 네다섯 명의 학생들이 옴짝달싹 못 하면서까지 마이크를 꿰차고 있었고, 한번 사람이 들어갔다 싶으면 한참을 기다려도 나오지 않는 일이 다반사였습니다. 때문에 우리들은 인기 있는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최대한 빨리 뛰어가서 자리를 선점하거나, 일찍 수업을 마친 타 학교 친구를 앉혀놓거나, 아는 사람이 칸에 있을 때 바톤 터치를 받거나, 모르는 학생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다음 턴을 점지받는 등의 수법을 쓰곤 했습니다. 하도 자주 가서 그런지 가끔 동네에 가서 오락실에 들르면 '넌 10년 전과 변한 게 없다'며 사장님께서 아주 반갑게 맞아주십니다.

 당시 오락실노래방에선 가끔 담배 연기가 새어 나오고 싸움도 일어났습니다. 워낙 많은 학생이 한 칸에 우르르 들어가다 보니 싸움이 커지면 학교대항전으로 번지는 일도 비일비재했고, 그러다 보면 근처에 있던 선배들이 연락을 받고 출동하곤 했기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언니니 오빠니 선배니 하며 인사를 하고 친목을 다질 수밖에 없는 생태계가 형성되는 웃긴 상황들도 연출됐었습니다. 학창시절 거의 모든 타 학교 지인이 오락실에서 형성됐다 할 정도로 그곳은 학생들의 천국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불량의 온상지였던 것 같기도 합니다.


 코인노래방에 들어가니 과거와 별다른 점은 없지만, 생각보다 내부가 깔끔합니다. 불금이라 그런지 사람이 많아 자리 차지가 힘든 건 여전합니다. 남자친구의 빠른 스캔 덕에 노래방 칸을 점검하는 사장님을 발견, 기계가 켜지자마자 노래방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요즘은 한 곡에 500원인가 봅니다. 더이상 가격이 올라가면 동전노래방의 메리트가 사라질 것 같으니, 한동안은 이 가격에서 동결될 것 같습니다. 동전을 바꿔 노래방 기계에 넣으니 나무통에 동전 떨어지는 소리가 새삼 낯섭니다. 노래를 예약하려니 딱히 머릿속에 생각나는 게 없어 두리번거렸는데 여느 노래방에나 있는 추천곡 포스터가 보이지 않습니다. 아아 고통. 제목과 노래를 잘 기억하지 못하는 붕어 두뇌를 가졌는지라 도무지 부를 노래가 없습니다. 

 노래를 부르려는데 마이크 하나가 되질 않습니다. 담배빵이 사라지고 공기가 쾌적해졌지만, 이런 면은 과거를 쏙 빼닮았습니다.





남자친구는 80년대 감성에 젖었습니다. 최신 유행가가 가득한 코인노래방에 추억의 히트곡이 울려 퍼집니다. 팔이 절로 올라가는 노래들을 듣고 있자니, 남자친구를 부모님께 데려가 노래를 시켜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통기타를 연습해야겠습니다. 


 노래를 열심히 부르는 와중에도 카메라를 들이대니 포즈를 취해 줍니다. 말을 잘 들어야 구박을 면할 수 있습니다.

 몇 곡 더 부른 뒤 마무리를 하고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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