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의 정부 개편안을 보다보면 황당한 부분이 적지 않다. 특히 재정기획에 대한 부분이다. 1월 초의 신년사에서 이명박 당선자는 “대장성을 없앤 일본에 감탄한다.”라고 언급한 바 있는데 대장성이란 무엇이며, 또한 2001년의 중앙성청개편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나.

메이지 유신 이전인 약 800년을 전후로 하여 사용되기 시작한 대장성(大藏省)이란 용어는, 메이지 유신 이후에 경제부처로 계속 그 이름을 유지하게 된다. 종전(終戰) 이후에 일본의 개혁을 추진하던 미군정은 내무성(內務省)을 자치성과 경찰청, 건설성, 후생성, 노동성 등으로 분할하면서도 오히려 대장성에는 내무성의 해체와는 달리 국세청을 산하에 삽입(-_-)함으로써 대장성의 위치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동시에, 이후에 대장성의 위신을 결정하는 주요한 원인을 제공하였다.

대장성이 이른바 ‘성(省) 중의 성’이라거나, 성의 으뜸이라는 소리를 듣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역시 대장성의 예산심사권일 것이다. 대장성은 예산심사권을 가지고 다른 성청에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었으며, 이른바 대장 관료의 성장을 돕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또한 재정뿐만 아니라 금융을 함께 관리하면서, 구미의 기관이 재정과 금융을 분리하면서 국세청을 독립시킨 것과 비교할 때 대장성의 위치는 확연하게 자리잡게 된 것이다.

이러한 구조는 일본의 고도성장의 배후에서 관료의 역할을 중요하게 만든 한 원인이지만, 결국 이 구조는 이후의 일본 경제에 비수로 박히는 한 원인이 되었다. 가장 중요한 것이 대장성에 집중된 금융정책에 대한 포괄적 기능이다.

대장성 시절의 일본은행장 및 이사의 인사권은 내각과 대장대신의 소관이었다. 대장대신은 인사권을 가지면서, 또한 일본은행의 감독권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일본은행의 예산 인가권을 대장성이 가지고 있었던 것은 일본은행을 사실상 대장성의 소관에 두게하는 모습이었다.

주요 금융규제기관의 하나였던 예금보험기구 역시 주요 지위의 경우 대장성이 인사권을 가졌고, 핵심업무에 대한 허가권까지 가지고 있었다. 이른바 행정지도로 불리는 조치들은 대장성의 행정이 결국 기관의 규제를 결정하는 원인이 되었고, 이후에도 대장성의 여러 가지 규제권한의 집중과 관리권한과 함께 금융기관 부실채권에 대한 관리소홀은 대장성 개혁론을 끊이지 않게 만들었다. 기존의 대장성 중심의 선단식 정책 운영과 더불어 대장관료의 각종 비리가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대장성의 개혁은 결국 정치문제의 핵심으로 대두하였다.

결국 하시모토 류타로 정권 시절에 연립여당에서는 금융시스템의 검토를 시작하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자유민주당 뿐만 아니라 사회민주당을 비롯한 다양한 연립여당의 참여는 자민당 정권하에서 어려운 문제였던 대장성 개혁에 처음으로 메스를 대게 만든 하나의 계기가 되었다. 대장관료와 정계의 첨예한 다툼이 아웅다웅 벌어지다가, 결국 금융감독 권한을 공정취인위원회 등을 중심으로 분리해 나간다는 계획이 세워졌다.

1996년의 중의원 선거에서도 정부 개편은 주요한 화두로 작용했고, 결국 금융감독청을 신설하여 대장성의 금융검사·감독기능을 이관한다는 식으로 분리가 결정되었다. 금융감독청, 당시 금융검사감독청은 총리부 산하에 두는 것으로 결정되었고, 대장성은 금융의 기획 및 입안기능을 갖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분리를 통해서도 대장성과 금융감독청간의 인적 교류는 막지 못했고, 감독에서 대장성의 간섭을 완전히 차단하지는 못했다. 그리고 후일에 다시 금융청이 설치되면서 표면적으로 금융과 재정의 분리가 달성되었다.

이러한 대장성의 분리 과정에서 나타난 아쉬운 점이나 남은 문제점 등은 나중에 살펴보기로 기약하고, 다시 결론을 내리자면 90년대 초반에 나타난 금융 사태를 바탕으로 대장성에 대한 개혁논의가 활발해지면서 결국 2001년에 정부 조직을 전면적으로 갈아치운 중앙성청개편을 마무리로 이케다 전 총리가 쓴 대장성 현판을 내리고, 최후의 대장대신이자 초대 재무대신 미야자와 기이치가 컴퓨터 폰트로 주문한 재무성의 현판이 올라가게 되었다.

글이 길면 안읽을 확률이 확연히 높아지지만, 두서없이 글을 쓰다보니 하여간 글이 길게 되었다. 이명박 당선자가 보름전에 대장성을 없앤 일본에 감탄한다!고 했는데, 이 감탄이 멋져서 감탄이 아니라 안멋져서 감탄이었나보다. 기획재정부는 정책기획과 함께 예산과 세제를 모두 총괄하는, 일본 대장성의 기능만큼은 안되지만, 하여간 조선의 대장성으로 자리잡게 될 것인가. 대장성을 없앤 일본에 절망했다, 이런 당선자가 있는 조선에 절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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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천어 트랙백 1 :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