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 백작 - 10점
후루노 다카오 지음, 홍순명 옮김/그물코

나는 27년 동안 후쿠오카현 가호군 주메이란 마을에서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논밭 돌려짓기로 논밭에서 벼와 토마토, 가지, 호박, 피망, 수박, 오이, 고구마, 강낭콩, 상추, 우엉 등 골고루 심습니다. 산에서 닭도 기릅니다. 논에는 미꾸리도 기릅니다. 산에서 나무 베는 일도 합니다. 닭집, 창고, 퇴비장 모두 손수 짓습니다. 백 가지 일을 하니까 백성이라고 합니다. 무엇이든지 하니깐 백작이라 합니다. 창의, 연구의 세계 그것이 백성백작입니다.


농약업ㅂ이 과연 농사가 가능할까? 한국에서 이런 말을 하면 분명 "무슨 농사를 농약업ㅂ이 짓냐"고 핀잔을 들을지도 모른다. 요 몇년간 웰빙 운운하는 열풍덕에 유기농 농사나 무농약 농사가 전파되긴 했지만, 정말로 무농약 농사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저자 후루노 다카오는 큐슈대학 농학부를 졸업하고, 1978년부터 유기농업에 뛰어든 농사꾼이다. 후루노는 "농약업ㅂ이 농사가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무식하고 천박한 발상이라며 일갈한다. 그가 대안으로 제시하는 것은, "오리 농법"이다.

그는 저서인 "오리 만세"에서도 "오리 농민봉기"를 주창한 바 있다. culture의 유래는 밭을 간다는 의미이다. 그런만큼 농업은 인류의 뿌리깊은 노동이며, 산업이자, 문화의 바탕이 된 소중한 것이지만, 날이 갈수록 농업이 천시받고 박대당하는 이런 환경에서, 결국 농민 스스로 자족하고 자립할 수 있는 방법은 혁신과 뿌리깊은 생각을 지우고 새로운 환경을 맞이하는 것이다.

이 책은 그러한 저자가 자신이 후쿠오카 현에서 짓고 있는 농사가 어떠한 환경인지, 그리고 그 느낌이나 소고, 자신의 경험 등을 서술한 수필이자 중요한 참고서이다. 글의 말미마다 짧은 하이쿠를 적어놓고 있다.

"duck levolution", 일명 오리혁명의 물결은 1988년에 그가 시작한 오리농사에서 출발한다. 오리는 닭장과 같은 환경에서 벗어나, 넓은 논에서 엄청난 면적을 뛰어다니게 되고, 먹이는 논의 벌레를 잡아먹는 것으로 충분하다. 오리는 벌레를 먹고, 인간은 쌀을 먹는다, 물론 오리를 먹기도 한다. 순환하는 생태계를 그대로 보여주는 아름다운 농법이다.

이시카와 현에서 농사를 짓는 그의 지인 미야모토 시게오는 이렇게 말한다.
"샐러리맨들아, 당장 회사를 때려치우고 농사를 짓자."
 "재미있는 농부공화국", "일본 농부 공화국 연방", "새 일본 만들기 순례단" 등은 모두 그가 주창한 구호다. 농부의 천국, 농업이 탄탄한 가운데에서 지역과 사회는 안정을 되찾을 수 있다. 그런만큼 뒤늦은 반성과 후회는 새로운 시작의 기둥이 된다.

자유무역협정과 같은 국제적인 무역 환경에서 우리 농업은 무분별한 노출속에, 자신을 보호할 길만 찾을 뿐, 새로운 길을 모색한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물론 자립하지 못한 농업환경에 다른 나라의 엄청난 파도를 들이미는 것은 잘못된 발상이지만, 긴 시간동안 자립하지 못한 그 원인은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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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천어 트랙백 0 : 댓글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