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학'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8.02.03 무식이 자랑이 되는 세상 (3)
나는 예전부터 한 가지 일에 집중을 잘 하기 힘들고, 또한 오래 있기가 힘들어 이것저것 손을 대다보니 자연스레 학문도 천학(天學)하는 모양이 되었다. 다행히도 여러 가지에 손을 대었다가, 개중 몇몇을 골라 더욱 깊이 파고 있으니 다행히 시간이 지나면 천학을 면하지나 않을까 기대하고 있는 편이다.

요새는 그래도 천학의 문제가 아니라 무식이 죄는 커녕 도리어 자랑이 되는듯하다. 예전에는 그래도 못 배운 사람, 흔한 말로 무학자(無學者) 가운데에서도 교양있는 사람이 있고 품위가 있는 사람이 있었는데, 요새는 개나소나 대학교육, 즉 고등교육을 받아서 그런지 대학 4년 나와서는 지식인은 커녕 무식인을 면하기 힘들다. 게다가 그런 무식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대놓고 나는 무식하지 않은데 어찌 그러시오 하는 꼴이다.

무애(无涯:양주동) 선생이 이야기하기를 한자어가 많고 벽자(僻字)가 수두룩한 것이 버릇이니 어쩔 수 없다고 하였는데, 그렇다고 우리가 한자어 벽자를 모두 내치고 한글만으로 언어 생활을 영위할 수도 없잖은가. 언어 생활을 풍부하게 하는 것이 또 한자어이고, 이것이 곧 우리말인것은 자명할진댄 어찌하여 좀 더 공부를 덜하려는 심산인지, 아니면 영어공부에 바쁜 것인지 무조건 까고 보려는 못된 심보가 자리잡아서는 이제는 근절하기 어려운 악습이 되었다.

이와 같은 악습이 또 조선사람은 매양 무엇을 날로 먹으려고 하니, 그래도 고등교육을 받는 식자(識者)들이 학점을 날로 먹으려는 모습이 가장 보기가 싫은지라 볼 때마다 한소리를 하고 싶으나 내가 성정(性情)이 거칠지 못하고 속이 좁은지라 뱉지를 못하고 있으니 장차 병이 될까 걱정스럽다.

하여간에 어느샌가 무식이 자랑 아닌 자랑이 되어서는, 나는 무식하오 하고 부끄러운 줄 모르고 광고를 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으니 안쓰럽기 그지없다. 무학(無學)은 천학(淺學)이 아니고, 무학(無學)도 아니었는데 어느새 무학(無學)은 무학(無學)이 되었고 유학(有學)도 무학(無學)이 되었으니 해괴하다.(김향은이가 해괴하다는 표현을 해괴하게 여기던데 뭐 어떠한가, 하여간 저 유무학 표현을 이해한다면 그 또한 유학이라 할 수 있으리라.)
신고
Posted by 천어 트랙백 0 : 댓글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