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당선자 인수위원회가 우정사업에 대한 점진적 공사화의 추진을 검토하면서, 이른바 우편과 금융의 분리 계획을 발표하였다. 이에 대해 중앙일보 사설은 “시대가 요구하는 우정사업 민영화” 운운하며 우정 민영화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는데[각주:1], 이 글에서는 이 우정 사업에 대해 잠깐 살펴보고 중앙일보가 그렇게 칭송하던 주요 국가의 우정 민영화와 함께 조선에서 과연 우정 민영화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 잡을 수 있는가에 대해 잠깐 살피고자 한다.

이 우정사업이 조선에서 차지하는 역할에 대하여는 굳이 자세히 설명할 필요는 없겠으나, 이른바 사업의 수지를 한번 살피면 2005년까지 우편 사업에 들어간 비용에 비해 수익이 뒤처지다가 2006년에 드디어 흑자로 전환할 수 있었는데, 이 배경이 무엇인지를 살피면 결국 우편 역무에서 효율화와 혁신을 추구한 것이 한 원인이 된다. 그렇다고 민영화가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고 할 수 없는 것이, 현재 우편 사업에서 가장 좋은 효율화 방안인 우편 물류 체계의 개선과 진보가 결국은 민영화체제로는 감당할 수 없는 과제가 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우편 사업 운영에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게 되는 중간물류, 즉 터미널 체계와 함께 배달 조직에 그만큼 비용이 소요되는데 현재 우정사업본부에서 수작업을 통해 처리되는 과정을 기계화하는 데에 소요되는 비용이나 과정, 그리고 그 이후의 과정을 생각하면 민영화는 대안이 될 수 없다.

우편 역무는 가장 보편적인 사업 기반(이에 대해서는 주요 국가마다 일정한 기준을 정하고 있으나, 현행 우편법에서는 명확한 기준을 정하고 있지 않은 점이 여러 차례 지적된 바 있기도 하다.)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가 되어야 하는데, 이 보편 역무의 유지가 홀라당 내려앉은 경우가 바로 대표적인 민영화 사례인 영국의 사례이다. Excreation이 로열 메일의 막장화라고 지적한 바와 같이, 효율화를 추구하며 세계 최초로 우정산업 공사화를 이룩하며 민영화로 뛰어들었던 영국의 우편사업은 결국 저지경이 되고 말았다.[각주:2]

또 하나의 막장 사례로 언급되는 뉴질랜드 우정같은 경우는 인수위의 안과 같이 우편, 금융, 통신을 홀라당 민영화하였다가, 금융산업을 인수했던 호주의 ANZ가 경쟁으로 인해 실적이 내려앉았다며 영업에서 철수하면서 그만 다시 금융부문이 우체국 산하로 편입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일본 우정민영화에서도 자주 언급된 성공사례인 독일 우정사업 민영화는 1989년에 민간의 우편사업 참여를 허용하면서 시작되었고, 우정성 산하의 우편·저금·전화의 3대사업을 분리하고, 5년 뒤에 100% 정부 출자의 주식회사로 전환하면서 결실을 맺었다. 이후에 독일우정, 이른바 도이치 포스트는 DHL을 인수하거나 Airforce(항공사)를 인수하고, 세계 1위의 물류기업 Excel을 인수하는 등 DPWN(Deutsche Post World Net)이 성공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지만 이것이 보편적인 사례가 될 수 없음은 물론이고, 또한 물류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 그만한 기반을 구축하고 있었던 것이 원인이 될 것이므로 조선에 적용할 수 없음은 자명하다.

중앙일보가 극찬한 일본 우정민영화 또한 금융 시장에서 차지하는 기형적인 구조(자세한 내용은 일본의 우정민영화를 참조)에 기인한 것으로, 그 또한 그만한 사업기반과 함께 조직을 간수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현재 우정사업본부의 인력은 4만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것이 실은 지속적으로 줄어든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배달 집배원의 숫자는 그 중 1만 5천명 수준으로 오히려 증가했다(비정규직 포함). 이러한 과정을 통해 지금과 같은 배달률을 유지하고, 선진 우편 체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이 어디 민영화 체제에서 가능할 수 있었던 일이었을까. 이미 택배사업에서 일부 택배사 대리점의 물품 방치와 유기가 몇 차례 문제되었던 일들이 우편사업에서 일어나지 않았던 것도 여기에서 기인한 것이다.

또한 문제가 되는 것이 이른바 개방 경제 구조, FTA를 통한 우편시장 개방, WTO 내에서 우편 및 커리어 서비스 개방에서 과연 민영화 체제가 견뎌낼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미 통신 부문이 우정사업과 분리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굳이 민영화를 추진해 우정 산업에서 독점 지위를 포기하게 하는 경우 과연 소비자는 지금과 같은 우편서비스 수준을 보장받을 수 있을까. 결국 유입되는 우편 자본의 대상은 특급 우편과 대규모 물류가 될 것이고, 지금과 같은 기본적인 우편 역무의 제공은 소요되는 원가에 비해 지극히 저가로 유지되는 점을 감안해 서비스 요금의 조정(이라고 했지만 사실상의 인상)을 야기하게 될 것이다.(이 점은 독일 우정의 구조개혁에서 주요한 수단으로 작용한 바 있다.)

게다가 현재의 우체국 네트워크가 유지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민영화 과정에서 소규모 및 적자 우체국의 축소는 대부분의 민영화에서 나타나는 쟁점이다.)와 함께 우편 물류 종사자들의 책임감의 저하, 또한 신뢰감 상실 등에서 나타나는 악영향 등을 감안할 때 우정 민영화가 뉴질랜드처럼 인수위 콩 볶아 먹듯이 날름 처리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관련 글으로 : 2008/01/26 - [어종御製문/4. 시론편(時論篇)] - 우정사업 민영화는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인가 2 : 미합중국우정청의 예와 함께 살펴본 차후의 우정사업의 방향에 대하여
  1. <A href="http://news.joins.com/article/aid/2008/01/19/3049171.html" target=_blank>시대가 요구하는 우정사업 민영화</A>, 중앙일보 2008년 1월 19일. [본문으로]
  2. 내용은 짧아야 호응이 크므로 자세한 사항은 언급하지 아니하오니, <A href="http://www.kinds.or.kr/main/search/searchcontent.php?docid=01100101.20080107102253" target=_blank>경향신문 2008년 1월 7일자 논설 우정사업</A>과 <A href="http://www.kinds.or.kr/main/search/searchcontent.php?docid=01101001.20061212103367" target=_blank>2006년 12월 12일자 한겨레 기사 영국 우체국 “전자우편이 미워~”</A>를 참조하시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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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천어 트랙백 1 : 댓글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