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7.09.21 망해가는 나라에 대한 부끄러움
종종 우스개소리로 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조선일보를 위시한 일부 신문들이나 정치인(?)들이 잃어버린 10년이라고 지칭하는 그 10년동안 대한민국은 비약적인 자유와 민주주의 및 법치주의의 발전을 통해 정상(正像)국가로 거듭났다.

그러나 근래의 모습들을 보면 정말로 이 잃어버린 10년, 또는 망해가는 나라라는 느낌이 드는 것이 나뿐인지 의문스럽다. 다만 그 이유는 그 사람들과 다른 것이지만 말이다.

신정아 전 동국대학교 교수(에 주의하자)에 대한 여러 가지 혐의에 대한 수사 및 보도에서 대한민국 내에서 벌어지던 모습들은 정말로 경악을 금치 못하였다. 학위 위조 또는 학력 위조가 적발된 사람들을 두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과연 그 관련자 또는 애꿎은 사람들이 얼마나 피해를 입었는지를 생각해보자는 말이다.

이는 친일파 논의에서 “친일 좀 할 수 있잖으냐”라던지 부정 논의와 유사한 모습을 보이지는 않는다. 신정아 전 교수의 얼굴은 적나라하게 전국민이 알게되었다. 만약에 신정아 전 교수가 사건 수사가 종료된 후 형을 살고 사회로 나오게 된다면, 그는 어디로 가야하는가?

살인자의 얼굴도 수배 이외에는 공개되지 않는 세상이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인권이 처참하게 찢겨지고 말소당하는 이 나라에서, 심지어 (유일석간 살구빛신문) 문화일보는 누드 사진까지 공개했다고 하니 이 나라에 인권은 없는 느낌이다.

구속 수사와 관련된 검찰의 이야기나 그에 대한 반응도 겨우 괜찮게 상승된 법치국가(法治國家)의 양상마저 깨트리고 말았다. 국민이 범죄의 강약(?) 정도를 불구속기소-구속으로 구분해버리는 상황에서 구속이 아무리 이유를 가지고 필요할 때 사용해야 한다는 원칙을 깨트리자면 어떻게 하나. 구속은 형벌이 되어서는 안 된다. 수사를 위한 전단계일 뿐이다.

전 언론이 황색저널, 스포츠찌라시의 성격을 가지고 신정아 섹스스캔들 운운하는게 과연 정상적인 나라인지 알 수 없다. 언론은 성역이 아니다. 언론이든 검찰이든 헌법에서 벗어난 불법적인 범죄자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김정란 상지대 교수가 글에서 “언론이 자신에게 주어진 말의 힘을 정보의 공정한 분배와 분석이 아니라, 폭력적 무기로 사용하는” 이러한 상황에서 도대체 이 나라에 무엇을 기대해야 하는가.

국민의 알 권리에 대한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그 인간, 신정아의 권리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신정아의 초상권은 어디로 갔고, 프라이버시권은 어디로 갔으며, 서신의 자유를 침해당하지 않을 권리는 누가 앞장서서 짓밟아 버렸는가.

‘사랑하는 정아’, ‘너희 집에서 치킨 시켜 먹을까’가 도대체 어디가 섹스스캔들인가. 치킨이 성적인 표현인가. 사랑하는 이 네 글자는 두 사람이 연인이라는 증거인가. 변씨와 신 전 교수의 권리는 하늘 속으로 엇갈려 찢긴채 뿌려지고, 남은 것은 부끄러운 마음 뿐이다. 이러한 나라에 대한 부끄러운 마음. 1980년 5월 18일에 광주에서 있었던 그 부끄러운 만행을 듣고 느꼈던 마음과 같은 마음만 느낄 뿐이다.
신고
Posted by 천어 트랙백 0 :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