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감증명서'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9.08.01 인감제도 폐지라는 황당한 시츄에이션을 맞아 (14)
행정안전부가 유례깊은 인감제도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물론 단계적으로. 그럼 인감대신에 무엇으로 하느냐 살피어 보았더니, 주로 이것저것 하기는 하는데 권리양도에는 신분증사본이나 권리증에 대한 인증을, 재개발 동의 같은 본인동의에는 신분증 사본이랑 자필서명, 보상금 등 수령에는 신분증 사본이랑 통장 사본, 인허가에는 그냥 표기, 임원 임명에는 신분증 사본, 신고에는 신분증 사본이라고 한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권리양도다. 물론 민원에는 인터네트로 공인인증서 써서 할 수 있게 하고, 전자위임장으로 인감증명서를 대신하게 하고, 읍면동에서는 노인들한테 본인서명사실확인서(가칭)을 끊어준다고 한다. 또 공증제도를 확대한다, 뭐 주민등록법을 개정해서 신분증에 서명 등록을 권장한다 이러고 있다.

가장 큰 문제가 서명제도다. 왜 인감증명서를 갖다붙이느냐. 그것은 무슨 계약서든 수령서든 인감을 찍으면 본인인줄 모르니, 인감증명서를 갖다붙여서 본인이 가진 인감으로 찍었소 하고 보증하는 것이다. 인감증명서 발급에도 또한 본인확인을 거치니 이중으로 보장이 되는 것이다.

또한 서명이라는 것, 사인이라는 것이 서구에서 건너온 측면이 큰데(조선에도 수결제가 있었다. 자세한 것은 수결을 참조.). 왜 양코쟁이들은 사인을 쓰냐 살피니, 물론 서구에도 도장이 있었다. 가문도장 같은 것인데, 귀족제가 붕괴되면서 이제 상놈들이 들고 일어난 세상이니 그런 것 필요없다 하여 사인이 급격하게 퍼진 것인데. 이 제도가 무서운 것이 뭐 베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써도 티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나폴레옹 1세가 즉위하고 이기고 지고 귀양가고 하는 동안 사인이 무시무시하게 바뀌었다고 하는 것이 가장 대표적인 례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 사인을 신분증에 하든 말든 사인으로 "증명"을 한다는 것이 무의미해지는데 뭐하러 사인을 갖다 붙이나.

특히 신분증 위조는 이미 심각한줄 아는 사람은 다 안다. 8자를 6자로도 고치고, 3자로도 고치는 것이 이 나라 신분증이라는 것을 1980년대 후반 출생자들은 익히 잘 아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게다가 주민등록증 초기판은 몇년 지나면 다 희미해지고 긁히고 지워지는 것이 다반사였으니, 무슨 증명을 하겠는가.

인감사고가 일년에 200건 밑으로 일어난다는듸, 인감증명서 나가는 통수만 일년에 사천만통이다. 사천만통 찍어서 200건 일어나면 그냥 표기오류보다 적지 않냐. 확률로는 0.00048%라는 경이로운 사고율이다. 실제로 인감사고 터지면 제일 1순위로 까보는게 공무원 실수다. 동사무소 주사 주사보들 좀 더 놀아보자고 폐지입김넣었다는 이야기가 보도로까지 나온다. 4년동안 터진 인감사고 773건중에 죽은 사람 인감 도용한게 324건이고, 신분증 도용이 155건, 위변조가 77건이다. 죽은놈 인감 도용하는거랑 신분증 훔치고 위변조하는거랑 비교했을 때에 저정도면 심각한거 아닌가. 공무원이 신분확인 실수해서 터진 것도 68건이다. 이게 무슨 인감의 잘못이냐, 공무원의 잘못이지. 오죽하면 폐지 뒤에 공증업이 그렇게 호황이 될텐데, 공증협회이사(남상우氏)가 "인감증명제도는 95년의 역사를 거치면서 그 필요성이 인정됐고 안정성까지 갖춘 제도"라며 "과연 폐지해야할 만큼 큰 문제를 가지고 있는지 의문"이라고까지 했겠냐.

수억 수십억 거래한다면야 인감을 찍든 전자뭐시기를 하든 당연히 불안해서 하겠지만, 일이백 아니면 일이천 전세거래 하면서 공증찍고 온갖 짓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 인감증명서 천원도 안드는데, 나중에 공증하면 천원밑으로 되나연??? 인감증명서는 생긴거만 보면 되는디, 사인은 펜종류에 따라 힘의 강약 패턴까지 다 봐야되는데 일반사람이 볼 수 있나연??? 필적감정사 키울건가연??? 지금은 인감증명서 뗄 때 신분증 보고 지문까지 보는디, 공증인이 하면 지문확인도 하나연??? 옛날에 조폐공사 국감할 때 주민증 위조 적발 건수가 2002년 240건, 2003년 300건, 2004년 372건이었다. 과연 지금은 그것보다 더 줄었을까? 늘었으면 늘었지, 줄지는 않았을게다.

사실 이에 대해서 조선일보에 윤배경 변호사가 한 말이 있는데, 사건이 터지면 돈 들고 튀는 놈이 나타나는데 결국에 소송을 걸데를 찾다보면 공무원이 실수한거라 국가나 지자체에 소송을 걸고, 그러면 결국 공무원과 담당기관은 패닉에 빠진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건 정부가 엄살피우는 거에 불과하고, 국민이 세금을 내는 이유는 공공서비스에 대한 기대때문이라고 하는데.

아마도 이 상황의 이면에는 현 정부 고위직에 있는 누가 인감때문에 한번 데여서 인감이면 학을 떼는게 아닐까 생각하는데, 진위는 저 너머에. 하여간 이런 좋은 제도를 뭣하러 폐지하냐. 올초에 인감 등록하고, 임원 등록한게 아까워서 이러는건 절대 아니다.
신고
Posted by 천어 트랙백 1 : 댓글 14